“제주도 여행은 무조건 렌터카지!” 라는 말, 이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운전대를 잡는 대신,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진짜 제주의 풍경에 오롯이 집중하는 여행은 어떠신가요? 복잡한 운전과 주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제주의 속살을 만끽하는 ‘뚜벅이 여행’의 매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답니다.
2017년 대대적인 대중교통 개편 이후, 제주의 버스 시스템은 여행자들이 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촘촘하고 편리해졌습니다. 처음이라 막막하게 느껴지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해, 렌터카 없이 제주를 120%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A부터 Z까지 모두 알려드릴게요. 이 글 하나면 당신도 ‘제주 버스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PART 1: 제주 버스, 이것만 알면 당신도 베테랑!
본격적인 제주 버스 여행에 앞서, 몇 가지 기본 정보만 숙지해두면 여행의 질이 수직 상승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간단한 제주 버스 시스템, 핵심만 쏙쏙 알려드릴게요.
1. 제주 버스, 색깔과 번호로 단번에 파악하기
제주 버스는 버스 외관의 색깔과 노선 번호만 봐도 어떤 역할을 하는 버스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총 4가지 종류만 기억하세요!
- 🔴 급행 버스 (100번대): 이름 그대로 ‘급행’입니다. 제주공항, 버스터미널, 주요 환승센터 등 핵심 거점만 빠르게 연결해 주는 고마운 버스죠. 제주 동쪽 끝 성산에서 서쪽 끝 모슬포까지 약 1시간 30분이면 주파할 정도로 빨라 장거리 이동 시 시간을 크게 절약해 줍니다.
- 🔵 간선 버스 (200, 300, 500번대): 뚜벅이 여행자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유용하게 이용하게 될 버스입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주요 도심 지역과 해안도로, 유명 관광지를 잇는 가장 보편적인 버스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 🟢 지선 버스 (400, 600, 700번대): 간선 버스가 닿지 않는 각 읍면 지역의 소소한 마을과 숨겨진 명소들을 꼼꼼하게 연결하는 마을버스 개념의 버스입니다. 현지인들의 발이 되어주는 이 버스를 타면 진짜 제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 🟡 관광지 순환 버스 (800번대): 특정 관광 권역 내의 오름, 숲길 등 대중교통으로 가기 애매했던 곳들을 순환하는 테마형 버스입니다. 뚜벅이 오름 탐방객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 같은 존재죠.
2. 버스 요금 & 환승, 모르면 손해 보는 꿀팁!
제주 버스 여행의 경비를 아껴주는 가장 중요한 팁은 바로 ‘교통카드’ 사용과 ‘환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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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교통카드 기준):
- 간선/지선/관광지 순환: 기본요금 1,150원 (성인 기준)으로 제주도 어디든 갈 수 있어 매우 경제적입니다.
- 급행: 기본 2,000원(20km까지)부터 시작해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되어 최대 4,000원까지 부과됩니다.
- ⭐ 필수 준비물: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티머니(T-money) 교통카드를 구매하고 넉넉하게 충전하세요. 현금으로 내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고, 요금도 더 비싸며, 잔돈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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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 하차 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합니다. 하차 태그는 환승의 기본! 특히 급행 버스는 하차 태그를 안 하면 최대 요금이 부과되니 잊지 마세요.
- 하차 태그 후 40분 이내에 최대 2회까지 다른 노선으로 무료 환승이 가능합니다. (단, 같은 번호의 버스로는 환승 불가) 이 환승 제도를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정말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3. 뚜벅이 여행 필수 앱: ‘카카오맵’ 또는 ‘네이버지도’
과거에는 ‘제주버스정보시스템’ 앱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 앱이 훨씬 편리합니다. 실시간 버스 위치, 정류장별 도착 정보, 최적 경로 찾기 등이 매우 정확하게 제공됩니다. 특히 배차 간격이 긴 노선이 많으니, 출발 전에 앱으로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PART 2: 이 노선만 기억하세요! 권역별 핵심 버스 노선
수백 개에 달하는 제주 버스 노선을 모두 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의 권역을 정하고, 그 권역을 대표하는 핵심 노선 몇 가지만 알아두면 충분합니다.
1. 제주 동부 해안 완전 정복 (함덕, 월정리, 성산일출봉)
▶ 핵심 노선: 101번 (급행), 201번 (간선)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황금 노선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성산항을 거쳐 서귀포까지 이어지므로 동부 여행 계획의 뼈대로 삼기 좋습니다.
구분 | 주요 경유지 | 특징 |
---|---|---|
101번 (급행) | 제주공항 ↔ 함덕해수욕장 ↔ 김녕해수욕장 ↔ 월정리 ↔ 성산일출봉 ↔ 섭지코지(입구) ↔ 표선해수욕장 ↔ 서귀포버스터미널 | 주요 관광지만 빠르게 연결하여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싶을 때 최적의 선택 |
201_번 (간선) | 101번과 거의 동일한 경로 + 작은 마을 추가 정차 | 해안도로의 소소한 카페나 식당에 들르는 등 좀 더 여유롭게 구석구석을 보고 싶을 때 추천 |
2. 제주 서부 해안 완전 정복 (애월, 협재, 금능)
▶ 핵심 노선: 202번 (간선)
최근 가장 핫한 애월의 카페거리부터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협재, 금능 해변까지 제주 서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필수 노선입니다.
- 주요 경유지: 제주버스터미널 ↔ 하귀 ↔ 애월(한담해변) ↔ 곽지해수욕장 ↔ 한림공원/협재해수욕장 ↔ 금능해수욕장 ↔ 신창풍차해안도로 ↔ 고산 ↔ 모슬포항
이 노선 하나면 제주의 서쪽 해안을 따라 감성적인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합니다.
3.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 시내로 한번에!
▶ 핵심 노선: 600번 (공항리무진)
제주공항에서 남쪽의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 시내로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싶을 때 정답은 600번입니다. 좌석도 넓고 짐칸도 따로 있어 캐리어를 든 여행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주요 경유지: 제주공항 ↔ 중문관광단지 (여미지식물원, 천제연폭포, 주요 호텔) ↔ 제주월드컵경기장 ↔ 서귀포버스터미널 ↔ 서귀포 칼호텔
4. 동부 중산간 오름과 숲길 탐험하기
▶ 핵심 노선: 810번 (관광지 순환)
“버스로 오름은 가기 힘들지 않아?”라는 편견을 깨주는 고마운 버스입니다. 뚜벅이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던 동부 중산간의 아름다운 오름과 비자림을 편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 이용 방법: 제주시에서 111번 또는 112번 급행버스를 타고 ‘대천환승센터’에서 하차한 후, 810번 버스로 환승하면 됩니다.
- 주요 경유지 (810-1번 기준): 대천환승센터 → 다랑쉬오름 남측 (용눈이오름 입구) → 비자림 → 메이즈랜드 → 아부오름 → 송당리 → 대천환승센터 (순환)
PART 3: 버스만으론 2% 부족할 때, 또 다른 선택지
때로는 버스만으로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남거나,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이런 대안들을 고려해 보세요.
1. 제주 시티투어 버스 (Hop-on, Hop-off)
제주시내와 인근 해안도로의 핵심 명소만 쏙쏙 골라 하루 동안 자유롭게 관광하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2층 버스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주시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요금: 1일 이용권 기준 성인 12,000원
- 운행 시간: 매일 오전 9시 ~ 오후 7시 (막차 오후 5시 출발), 1시간 간격 운행
- 주요 코스: 제주공항 ↔ 이호테우해변 ↔ 도두봉 ↔ 어영해안도로 ↔ 용두암 ↔ 동문시장 ↔ 사라봉 ↔ 국립제주박물관 ↔ 제주버스터미널
2. 택시 투어 (일일 대절)
3~4명의 친구나 가족 단위 여행,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효도 여행이라면 택시 투어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노선 없이 우리가 원하는 코스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고, 무엇보다 베테랑 기사님만이 아는 숨은 맛집이나 포토 스팟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비용은 업체와 코스에 따라 다르므로 사전에 여러 곳을 비교하고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PART 4: 완벽한 뚜벅이 여행을 위한 최종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제주 버스 여행을 위해 꼭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 ✅ 보조 배터리는 생명수: 지도 앱과 버스 정보 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므로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닳습니다. 넉넉한 용량의 보조 배터리는 필수입니다.
- ✅ 배차 간격 확인은 습관처럼: 도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이나 관광지 순환버스는 배차 간격이 1시간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앱으로 다음 버스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그에 맞춰 주변을 둘러보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 ✅ 하차 벨은 한 정거장 전에 미리!: 가끔 승객이 없으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릴 정류장이 다가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미리 하차 벨을 눌러주세요.
- ✅ 가장 중요한 준비물, 여유로운 마음: 뚜벅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앞의 작은 풍경을 즐기고, 계획에 없던 곳에 불쑥 내려보는 즉흥적인 재미를 느껴보세요. 렌터카 여행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제주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렌터카 없이도 제주를 완벽하게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무거운 운전대는 잠시 내려놓고, 두 발과 버스에 몸을 맡긴 채 제주의 바람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당신의 인생 여행이 될 테니까요.